리무진 「꽃상여」가 묘지정문으로 들어온 뒤 화장장건물 앞에 멈춰선다.서너 대의 승용차에 나눠타고 뒤따라온 검은 예복 차림의 가족 친지 10여명은 1층 장례식장에서 간소하게 예배를 드린 뒤 삼삼오오 모여 화장이 끝나기를 기다린다.1시간쯤 후 유골을 항아리에 넣은 다음 묘지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화장장 뒤쪽 잔디묘지에 묻고는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한 뒤 조용히 집으로 돌아간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묘지는 빼곡히 들어선 나무와 이름 모를 새소리가 어우러져 자연학습장이나 공원같은 느낌을 준다.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다람쥐가 노니는 광경도 자주 눈에 띈다.
어디를 가나 끝없이 이어진 구릉지대와 초원,그 위에 듬성듬성 누워 있는 마을,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의 모습 등 목가적 풍경이 펼쳐져 있는 나라.유럽대륙 서북부의 섬나라 영국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간소한 장례식,공원같이 잘 가꿔진 묘지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4개 지방 가운데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의 산간지방을 제외하고 국토의 대부분이 완만한 구릉지와 평원지대다.15~17세기 제 1차 인클로저운동에 이어 18세기이후 인구증가에 따라 식량수요가 늘어나자 경작지확대를 목적으로 2차 인클로저운동이 일어나면서 임야 늪지대 황무지가 거의 농경지로 바뀌었다.이에 따라 주거가능 면적비율이 64%로 높아져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3배이상 국토이용여건이 좋아졌다.
남북한 면적의 1.1배(약 24만 4천㎢) 땅에 5천 7백여만명이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주민들에게 묘지를 분양,시신처리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있다.상제를 개인사로 간주해 관청이 나몰라라하는 우리와는 이처럼 시작부터 다르다.
이런 제도는 아무 곳에나 무덤을 쓰지 않고 생전의 숨결과 추억이 깃든 주거지 가까이에 묘지를 만들어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문화를 일궈냈다.신분과 지위,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죽어서는 모두가 잘해야 1평남짓 차지한 공간에 비석만 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