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은 누구나 공동묘지에 묻힌다. 무덤 1기의 면적은 빈부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2m * 80cm로 정해져 있다.
사유지에 2평방미터 이상의 개인무덤을 조성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허가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데다 국민정서가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무덤이 일반인의 것과 다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드골 전 대통령 역시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콜롱베 레 두제그리제'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드골 추모 행렬은 한해 14만명을 넘는다. 이처럼 완벽한 묘지제도에서 권위주의와 허례허식을 거부하는 프랑스 국민의 시민의식, 평등정신, 외형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품성을 엿볼 수 있다.
파리중심에서 북쪽으로 10km가량 떨어진 종쉬홀 묘지는 확 트인 녹지 공간과 여유있는 주차공간이 무척 인상적이다. 공동묘지라기 보다는 공원이다. 이 곳은 사시사철 성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묘지는 지난 70년대 늘어나는 묘지 수요에 맞춰 파리시 5개구가 공동 출연해 조성한 곳으로 면적은 30만 평방미터. 프랑스에는 3500여개의 자치구마다 최소한 1개의 공동묘지가 있다.
파리시의 경우 20개구에 1개씩 20개의 묘지가 있고 시 외곽까지 포함하면 23개다.
종쉬홀 묘지에는 장례식장을 비롯해 자동화된 화장시설과 장례용품을 파는 <장례슈퍼마켓> 등 초현대식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현대식 시설이어서 화장할 때도 화장장 주변에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화장장 바로 옆에는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화장장 굴뚝으로 희미한 연기가 솟아 오르는 동안 100여m 떨어진 묘지밖의 마을 공터에서는 청소년들이 공놀이에 여념이 없다.
위생적으로 염을 하고 시신을 적정온도로 보관하는 시설도 완비돼 있다.
장례슈퍼마켓에서는 관,수의, 꽃 등 일체의 장례용품을 규정 가격에 팔고 있다. <바가지>란 있을 수 없다.
이 묘지의 가장 큰 특징은 창조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분묘와 납골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종쉬홀 묘지에는 화장한 재를 뿌리도록 따로 지정된 <추억의 정원>이 있다. 분묘도 아니고 납골당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재를 버리는 데가 아니다. 재를 뿌린 뒤 두고두고 찾아가 고인을 추모하는 곳이다.